2007년, 동국대학교는 파벌싸움등 부작용이 크게 노출된 총장의 교수직선제를 폐지 하고 대신 재단이사회가 오영교 현 총장을 영입했다. 새 총장의 지론(持論)은, ‘대학은 시장(사회)의 수요에 맞춰 고객(기업)의 요구대로 질 좋은 제품(졸업생)을 공급해야 한다‘ 는 것이다. 오총장은 2008년 2월 1049명 교수전원의 강의평가를 공개, 대학사회에 큰 충격을 던지기도 했다. 2009년7월현재, 동국대학교는 4년제 종합대학교로서는 처음으로 ‘학교의 일대개혁, 조정작업’ 을 진행중이다. 특히 ‘상시정원관리 시스템’은 학과의 통폐합은 물론, 교수들의 전공까지 바꾸는 혁신적인 내용으로서 앞으로 많은대학에 상당한 충격과 자극을 줄것이 틀림없다.
예들들어, 기계공학부가 기계로봇에너지 학부로 명칭을 바꾸는것은 물론, 교육커리큘럼의 60%를 바꾸는 작업을 하고있다. 이는 기계공학 전체라는 넓이보다는 특정부분에 집중, 전문성을 높여 경쟁력을 제고하겠다는 의도다. 뿐만 아니라, 식물생명공학부 교수 일부는 바이오환경과학부로, 다른일부는 기초생명과학부로 분리되기도 했다. 동국대의 전체 53개 학과와 전공중 16개 분야에서 이런식의 통합, 분리, 개편이 추진되고 있다. 대학측(재단)이 매년 각 학과에 대한 객관적 평가를 통해 하위15%학과의 정원은 줄이고 대신 우수학과의 정원을 늘려주는 시스템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정원을 빼앗긴 학과,교수들이 학생들의 선책을 받기위해 스스로 개혁, 개편에 나설 수밖에 없게된 것이다. 대학안에서 분야별 경쟁이 시작된 것으로 평가할수 있는 혁명적 변화가 아닐수 없다.
2009년 10월 현재, 이 좁은땅과 5천만이 채 안되는 인구에 4년제 대학만 206개다. 엄청난 역피라밋의 기현상이 아닐수 없다. 여기에 2년제 전문대학까지 합치면 400개가 넘는 고등교육기관이 있는셈이다. 년간 배출되는 졸업생이 50여만명, 일자리는 그 반밖에 수용할수 없는 경제, 산업규모다. 우리사회에서 백수가 누적되는 현상은 이러한 수요와 공급이 맞지않는 구조때문 이기에 이대로 가면 ‘일자리’ 는 해결될수 없는문제로 남는다. 이미 정부-교육부는 86개 대학을 통,폐합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그 성과는 아직까지 미미할 뿐이다. 지금과같은 대학숫자와 산업규모로는 ‘취업-일자리-실업’ 의 문제는 전혀 해결될수 없는, 맞물려있는 구조적 악순환만 되풀이 된다. 아직까지는 그 누구도 근본적인 문제의식과 안목으로 이일에 접근하지 못하고있다. 역대정부의 땜질이 그것이며 대입제도가 열다섯번 바뀐게 그 증거다.
한국뿐 아니라 지구촌자체의 변화속도는 이제 놀라운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대부분의 대학들은 70,80년대에 만든 ‘학과들’ 이 같은 간판을 달고 20년, 30년된 골동품 노트로 강의하는 형편이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교육의 소비자인 학생-학부모-사회가 요구하는것을 가르치기 보다는 교육의 공급자인 학교-교수들이 오래전에 배웠던 학문을 그대로 가르치는 공급자 위주의 교육인것이다. 4년제 대학교 거의 모두가 비슷한 학과로 백화점같은 구색을 맞추어 가지고 있으며 교육의 질적 내용보다는 학교의 몸집불리기에 더 치중해온게 사실이다. 대학진학율은 84%로 세게최고지만, 교육품질과 수요자의 만족도 조사에서는 조사대상 60개국중 59위로 최하위권이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 IMD 2008년 통계) 공급은 넘쳐나지만 수요자가 골라쓸수 있는 고품질의 상품은 없다는 얘기다. 교육의 외화내빈(外華內貧) 인 것이다.
1896년 박승직 이라는 상인이 ‘박승직 상점’ 을 개점했으며, 지금 이 가게는 ‘두산’ 이라는 그룹이되어 전세계 33개국에 사업체를 가지고있으며 35,000여명의 직원이 근무하는 세계적인 기업으로 발전하고 있다. 2008년, 두산은 학교법인 ‘중앙대학교’ 를 인수했다. 재단이사장은 두산중공업회장인 박용성씨다. 기자와의 인터뷰중 그가 한 말의 중심적인 내용을 정리해보면, 중앙대의 19개 단과대학, 77개학과를 싹 잊어버리고 백지위에 완전히 새로그릴 계획이다. 내년 서울캠퍼스 신입생부터 여기에 맞춰뽑겠다. 이어서 그는, 국내대학 역사상 가장 큰 실험이 될것이라며, 그동안 대학들의 학과구조 조정은 음식점으로 치면 ‘신장개업식’ 이었다. 명칭만 근사하게 바꾸고 옛날것 그대로 가르쳐왔다. 우리는 완전폐업하고 새로 개업하는 방식으로 할것이다.
자동차 시대에 대학은 여전히 ‘마차’를 가르치고 있다. 대학들이 엄청난 등록금을 받으면서 졸업생이 사회에 나가 제밥벌이도 못하는 교육을 시키고 있는것이다. 그는, 대학에 와서 가장 어려웠던 일이 교수평가시스템을 만드는 일이었지만 ‘그것 못하면 학교못한다’ 고 설득, 지난 1년사이 최대 5000만원까지 차이나는 교수연봉제가 도입됐다. 이제는 교수들도, ‘내가 연구 안하고 제대로 가르치지 못하면 이 대학에서 못견디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기시작 했으며, 이는 도서관 새로 짓는것보다 더 큰 변화라고 했다. 그는 총장직선제에 대해서도 ‘그건 정말 법으로라도 못하게 해야한다. 환자가 병원장뽑고, 공무원이 장관 임명하는가. 직선제 없애고 잘하는 총장은 수십년동안 소신껏 하게해야 한다. 대학처럼 설득할 대상많고, 시간많이 걸리는데서 임기4년 으로는 아무것도 못한다.
2010학년도 수시모집원서가 마감된 가운데 중앙대학교는 서울지역 주요대학중 문과, 이과, 예체능계열의 학과별 최고경쟁율을 모두차지했다. 지난해보다 2만2천여명이 더 많은 6만3천여명의 지원자가 몰렸으며 올해 수시모집 정원 2533명은 34,4대 1의 기록을 세웠다. 대기업의 투자와 개혁에 대해 기대감이 컸다는 반증이다. 지금까지 대학재단들은 거개가 ‘학원모리배’로서 재단이 학교를 지원한것이 아니라 학교에서 돈을 빼가는 기생적인 관계였다. 여기에 지방정치모리배가 가세, 이 좁은땅에 400개가 넘는 이름만의 대학을 만든 것도 사실이다. 생각하면 무모하고 비참한 일이 아닐수 없다. 지금의 우리대학들이 세계적 경쟁력이 없는것은 대학캠퍼스가 철밥통의 무풍지대 였기 때문이다. 이제 비로서 대학가에도 경쟁과 개혁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것은 크게 늦었지만 다행한 일이기도 하다.
지금 대학들의 속사정은 밖에서 보는것 보다 더 심각하다. 교육부가 예측한 자료를 보면 지금기준으로 대입정원을 60만으로 볼때, 2012년까지는 고교졸업자가 64만명을 유지하지만 2015년부터 줄기시작해 2021년에는 47만명이 된다. 출산율 감소가 나타내는 결과다. 2008학년도를 기준할 때, 입시에서 정원 30% 이상을 채우지못한 대학이 27개교다. 지난23일, 경북경산에 있는 4년제의 아시아대학이 법원경매에 부쳐졌다. 대학이 통째로 매물로 나온것이다. 감정가 110억원 이었지만 1차 경매에서 유찰, 77억5000만원으로 다시 경매에 부쳐질 계획이다. 앞으로 이런일은 계속 생길것이다. 이미 교육부는 경영이 어려운 22개 사립대에 대해 실사를 실시하고 있다. ‘변신하는 학교만’ 이 살아남는다는 사실은 그래서 엄연한 현실이다.
충남 당진에 있는 신성대학은, 2007년 ‘제철산업과’ 를 새로 만들었다. 인근에 있는 현대제철과 제휴를 맺고 만든 학과다. 정원80명의 이 학과는 취업과 함께 현장에서 전문기술과 기능을 사용할수 있도록 커리큘럼부터 현재제철이 직접 참여했다. 강의도 현대제철 직원이 직접하고 있으며 졸업생은 전원 현대제철에 취업한다. 충남 보령에는, ‘아주자동차대학교’ 가 있다. 본래는 기계공학과 컴퓨터공학등을 갖춘 전문대였다. 2005년 학교이름을 바꾸면서 학과도 자동차 디자인에서부터 부품개발, 장비운영, 자동차튜닝등을 연결, 자동차 생산라인처럼 바꿨다. 600미터의 자동차주행연습장엔 수백대의 차가 있으며 신입생 4-5명당 한 대의 실습용 자동차를 주고 직접 분해해보고 조립하게 한다. 전체교수 29명중 산업체 경력자가 26명, 미국의 GM출신을 비롯, 현대자동차연구실, 기아의 중앙기술연구소, 대우중공업, 삼성전자, 만도기계등의 전문가들이다. 이 학교의 2008년도 졸업생 취업률은 89%. 웬만한 수도권대학보다 높은 비율이다. 한가지 분야에 집중하는 교육시스템이 얼마나 효율적인가를 잘 보여주는 케이스다.
경남의 거창, 이 시골에서 2010년 3월에 ‘거창승강기대학’ 이 개교한다. 이 대학은 승강기전문학과로만 운영될 계획이다. 우리나라의 승강기 설치 증가율은 세계3위권 이지만 승강기제조, 유지보수, 검사 기관등에서 요구하는 맞춤형 전문가는 태부족이다. 이달초 마감한 수시모집결과 평균 4.6대 1. 학과에 따라서는 8.4대 1의 높은경쟁율을 보이고있다. 지원자중 상당수가 내신1.2등급이며 수도권지역 지원자가 25%였다. 2012년까지 이 지역에는 승강기부품과 완제품을 생산하는 60여개의 관련업체가 들어서며 ‘승강기빌리지’가 되는것도 호재였지만, ‘졸업후 취업이안되면 수업료를 100% 환불하겠다’ 는 약속이 어필한 때문 이기도 하다. 학교가 학생을 선발하는 방법과 교육의지, 그 전문성에서 전에는 전혀 볼수없었던 새로운 패러다임이 만들어지고 있는것이다.
지원자감소, 졸업생의 미취업누적(백수의 증가) 대학운영에서 받게되는 재정적 압박, 정부의 구조조정등 대한민국 대학들의 앞날은 암울하기만 하다. 시골의 초등학교 페교가 늘어나듯 대학들도 문을 닫아야 하는 사태는 이미 분명히 보이는 현실이다. 수요에 맞는 교육이 아니면 설 자리가 없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빠르게 변신하는 대학, 오직 육영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재벌이 인수하는 대학, 한가지 분야에 집중, 고도의 전문성을 가지는 대학들만이 살아남을 것이다. 그리고 그건 지극히 바람직한 일이기도 하다. ‘킬빌 1,2’ 는, 오락영화 로서는 특이하게 만들어진 아주 재미있고 유쾌하게 볼수있는 영화다. 이 영화를만든 감독 쿠엔틴 타란티노(Quentim Tarantino)는, 미국 테네시주의 녹스빌에서 1963년에 태어났다. 북미 남동부 애팔레치산맥 남부에 거주, 인디언중 유일하게 음절문자를 가지고 있던 체로키(Chrokee) 의 피가 섞여있는 인물이다. 그는 감독이지만 배우들 이상의 인기를 가지고 있다. 얼마전 한 언롤사 기자와의 인터뷰가 있었던바. 그중 한 대목을 보면, -당신은 영화공부를 따로 한적이 없다는것 때문에 불리한적은 없었는가. -그런적은 없다. 그게 바로 할리우드의 재미있는점 이기도 한데, 이곳은 골드러시때와 비슷해서 누가나 어디서나 올수있다. 자신의 능력을 입증만 하면된다. 어떤학위도 그 사람의 능력을 증명해 주지는 않는다. 당신의 결과로만 당신을 말할수 있다.
학력(學歷) 이 아니라 실력(實力) 만이 통한다는 얘기다. 우리가 실력이 아니라 ‘학벌’ 을 따지는 동안, 400개가 넘는 대학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84%의 진학률이 거대한 백수군(白手郡)을 만든것이다. 이제 간판이 통하던 시대는 분명히 끝나가고 있고 또 끝내야한다. ‘실력을 입증 하는자’ 만이 살아남는 것이다. 그게 어떤분야든 ‘최고의 전문가’ 만 되면 성공은 보장된다. 돈은 그 뒤를 따라오게 돼 있다. 정확히 대학졸업생의 절반이 백수가 되는 구조적현실을 똑바로 보고 자기의 진로를 결정해야 한다. 진정, 학부모들의 책임도 거기에 있다. ‘좋아하고 잘 하는것’ 그걸 잡고 나아가면 확실하게 성공한다. 그게 없는사람은 하나도 없다. 발견되지 못하고, 계발되지 못한채 사장되는 경우만 있을뿐이다. |